시간 나면 봐도 좋을...

군도, 2014년 여름

달해의 동그라미 2018. 4. 9. 08:00

 

2014년 8월 7일

이사중.. to D from N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5146

 

혼자서 군도를 보았네요.

도가장남은 남들이 재미없다는 영화는 절대 안보는 사람이라
혼자 봐 버렸어요.
굳이 없는 인맥 동원하기도 그렇고,
혼자 보는 영화의 장점을 생각하면서
볼까말까 생각하는데 손은 이미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네요.
썩 괜찮은 자리로 예매를 해 놓고도
볼까말까 망설이면서
다른 머리로는 차를 가지고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갈등중이고,
이상하게, 머리로는 언제나 갈팡질팡하는데
몸은 이미 차키를 놓고 카드를 손에 들고 지하철역으로 걷고 있어요.
밥을 먹을까 라면을 먹을까 고민하면서도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렌즈에 불을 켜는 것처럼,
오랫동안 살아 온 생활 방식을 몸이 실행하는 것뿐인데
머리는 습관적으로 또 고민을 하고 망설이네요.

그래도 보았어요 군도를.
재미없다고 하던데, 전 이상해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재미가 있을 줄 알고 봤어요.
물론, 더위를 싹 가셔줄 액션활극을 기대했다면
그게 아님에 실망해서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더위는 영화가 아니라 에어컨에게 맡기고
영화는 영화로 봐야죠.
드라마와 서사가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수려한 액션과 배우도 있구요.
판을 깨는 나레이션도 있습니다.
이게 뭔가 싶은 나레이션이 수차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군도가 천만영화가 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모두 후반작업으로 탄생한 나레이션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극에 나레이션으로 시대설명하고 상황설명하면
실제로 있었던 인물에 실제 사건을 구성한 역사물인가보다 하고
몰입도가 높아지리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제길, 역사공부하라는 말이야? 하고 짜증이 좀 나더군요.
커다란 대륙과 하나의 대양이 오대양 육대륙으로 쩌억 쪼개어지듯
영화의 판이 쨍 하고 깨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궁금했는데
오늘 명량을 보고 뭔가 감을 잡았습니다.

하정우가 왜? 무더기의 민란군 중 하나인가? 묻는 사람들이 있던데
하정우 캐릭터 살아있더군요.
그리고 영화의 도치 나이 스물이랍니다.
하정우가 현대물에서 스물? 가당치 않지요.

군도 가끔 코믹스럽기도 합니다.

열여덟부터 스물까지,
단단한 머리로 코흘리개들 삥이나 뜯던 백정에서
굶주린 백성의 영웅으로 거듭나기까지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백정의 칼 두 자루가 배우 하정우와 너무 잘 어울려
저 사람이 그 하정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들의 욕지거리도 새로울 것 없지만
세상에 던지는 시원한 욕들은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시원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상스러운 욕을 전 좀 좋아합니다.

예전에 담배 피고 술 잘 먹고 욕도 참 찰지게 하는
대단한 미인과 어울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여인이 떠올랐습니다.
그 민란군들 입에서 욕이 살아 나올때마다,
다시 만나도 유쾌하고 통쾌할 것 같은 그 친구가 그립더군요.



그럼, 이제 그 남자 이야기를 해 볼까요?
악역을 했다는 그 남자.
악역이라 하기엔 안아주고 싶은
상처 깊은 남자 조윤, 강동원 말입니다.

 

무예의 신입니다.

혼자서는 당해낼 자가 없는 조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형사'의 '슬픈눈 ; 강동원'보다는

더 날카롭습니다. 더 굵직합니다.

그리고 저는 강동원의 오랜 팬입니다.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역할이 얼마나 그에게 잘 맞는 옷인줄을 압니다.

"비련" 이라는 두 글자를 그대로 눈빛에 담을 수 있는 남자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꼽아보세요.

 

왜 자신의 운명을 증오하면서 집착하는 많은 남자들과 다른

"비련"이란 말을 빌어야 하는 지는 영화의 마지막에 그 답이 있습니다.

아직은 상영중이니 말하면 안되니 생략할게요.

좀 식상한 장면일수 있지만

하정우 도치와 강동원 조윤이 그저 운명에 의한 자리가 주어진 ,

그 시작과 끝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하정우 도치는 복수에 사로잡혀 살생을 하고

강동원 조윤은 자신의 비극 한자락을 끝내 외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배우 강동원은 아름답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배우 하정우의 상스러움과

배우 강동원의 비련이 어떻게 영화를 움직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액션 활극을 기대하진 마세요.

 

액션활극보다는 드라마가 돋보이고

(물론 섬세한 액션 터프한 액션 다 있지요)

시대에 대한 로망도 있습니다.

 

결국, 2014년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의 로망은

아나키스트가 되어 모든 불의를 등지고

광활한 황무지를 달리는 새로운 시대가 아닐까요?

뭐 기대할수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도 모르겠는 나라니까요.

도적떼가 되자는 건 아니구요...

 

그런데,

정말 궁금한건

그 나래이션은 누구의 뜻인가하는 것입니다.

에잇!!!!